종강 유감 문장 휴게실



어제 저녁 대학원 강의를 마지막으로 이 번 학기의 모든 강의가 끝났다. 학생들과 간단한 뒤풀이를 하고 집에 돌아와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마음의 근육이 풀리고 몸은 다소 무거웠지만 기분은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모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달콤하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여자 친구와 소꿉놀이를 하는 꿈도 꾸었다.


학기마다 강의가 끝날 때면 여러 갈래의 마음이 교차한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마음먹었던 만큼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다음 학기에는 더 잘 준비해서 더 잘 해야겠다는 각오와 부담, 등등.


강의라는 것, 날이 갈수록 심오한 예술이라는 경외심을 갖게 된다. 학기를 거듭하며 시간이 흐르다보면 저절로 내공이 쌓여서 유능한 경지에 이를 수도 있는 줄 알았는데 겪어보면 오히려 시간의 무게만큼 자신감이 더 가라앉는 것 같다. 초년 교수 시절에는 넘치는 열정만으로도 상당한 보람을 느꼈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그것이 무뎌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세련된 기법이 만족스럽게 늘어나는 것도 아닌 듯싶다. 장점은 점점 줄어들고 단점들은 더 돋보이기만 하는 것이 체감의 진실이다. 말투는 건조해지고 농담은 썰렁해진다. 생기와 재치와 상상력이 고갈되어 가는 듯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식과 문화와 세대의 진화에 맞추어 강의를 새롭게 하는 동기가 기민하게 부여되지 못한다. 그래서 내리는 결론은 더욱 긴장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가진 지식과 열정과 기술을 다 바쳐야 한다. 내가 정의하는 강의는 지식의 광장이자 만남의 사건이며 소통의 예술이다.”


이제 성적 평가를 마치면 방학이다. 비슷한 답안과 보고서를 반복해서 읽는 일은 큰 노동이다. 이 세상에 저절로 얻는 선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방학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선 학생들이 시험의 고통을 치르듯이 선생은 성적처리의 고난을 겪어야 한다. 무엇보다 엇비슷한 수행 결과를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일이 고문에 가깝다. 각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가 있는데 무조건 점수로 변별해서 줄을 세우고 등급을 나누어야 하다니! 상대평가는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 야속하다.


많은 학생들의 글을 읽다 보면 힘도 들지만 배우는 점도 많다. 가르치는 것은 곧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여기도 적용될 터이다. 강의자가 전달한 것보다 훨씬 깊고 넓게 풍부히 응용하여 써낸 글을 대할 때는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난다. 선생과 학생의 차이를 넘어 인간은 누구나 창조적 힘을 가졌다. 교육은 바로 그것을 일깨우고 고양하는 것이리라.


삶에서 어떤 일의 끝은 새로운 일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한 학기의 끝은 방학의 시작이고 새로운 학기가 또 기다린다는 예고이기도 하다.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 교육과 연구의 미루어 놓았던 숙제들 알차게 완성하며 유쾌한 방학 보내고 새 학기에는 더 보람 있게 강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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