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 불후의 『고백록』을 남기다 문장 휴게실


   『에밀』과『사회계약론』을 발표한 뒤로 루소는 망명자가 되어 유럽 곳곳을 떠돌아 다녀야 했다. 그의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져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이는  40대를 마감하고 50을 넘어 60대로 다가갔다. 어린 시절부터 적지 않은 굴곡을 거치며 성장한 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극적인 사건들의 주인공이 되면서 파란만장한 삶의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도 글을 써서 출판할 때마다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논쟁의 중심에 서곤 하였다.

   루소의 지근에서 글의 출판을 맡으며 후원자 역할도 해온 출판업자 레는 루소의 저술들을 하나의 전집으로 재구성하여 출판할 계획을 세웠다. 그의 일환으로 루소에게 살아 온 길을 자전적으로 회고하는 글을 써 달라고 주문하였다. 전집의 서문 격으로 저자의 삶을 요약하여 실을 생각이었다. 루소는 처음 이 제안을 받았을 때는 시큰둥하였다. 그동안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긴 왕이나 귀족 또는 성직자들과 달리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초라한 성장기를 거치고 성년이 된 뒤로는 논쟁의 중심에서 사람들의 질시를 많이 받아 왔다고 스스로 믿고 있던 그는 자신의 생애에 사람들이 큰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자서전’이나 ‘회고록’이라는 부류의 저술에 그는 별로 신뢰를 갖지 않았었다.

   제안이 거듭되는 가운데 루소는 몇 가지 동기에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우선은 세상 사람들 가운데 자신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종교적 또는 정치적 이유로 비난하며 핍박하는 이들도 많아지자 스스로 삶을 고백하며 진솔하게 생각들과 입장을 드러내어 오해 없이 밝히고 싶었다. 그리고 과거의 자서전들이 주로 자기 옹호적 성격을 가졌지만 자신은 그와 달리 사실에 충실하여 삶을 객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개척해 보고 싶어졌다. 삶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기술함으로써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장르를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자기 탐구의 문학적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그렇게 하여 루소는『고백록』을 쓰기 시작하였다.

   유랑자나 다름없이 떠도는 가운데서도 루소는 삶에 관한 기억들을 차근차근히 기록해 나갔다. 당시까지 그런 류의 저술로서 대표적인 이름을 지녔던 아우구스티누스의 글과 비교하여 훨씬 더 자지 고백에 충실하며 많은 대조를 이루었다. 자기 변호적 성격을 거의 지니지 않고 삶을 더듬어 말 그대로 내면의 고백을 솔직하게 담아내었다. 훗날 그의 고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는 문학 비평가들 대부분이 내용의 솔직함과 개관성에 동의하고 있다. 자식을 유기한 일이나 자기 성격의 약점을 묘사하는 대목 등 극히 일부분에서 다소 자기 합리화의 언어가 개입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정직하게 기술하였다고 평가한다. 때로는 루소 스스로 말했듯이 ‘솔직하고’ ‘정직하게’ 고백하려는 집념 때문에 굳이 스스로 밝히지 않아도 될 만한 내용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읽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든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스스로 ‘혐오스러운 악덕’이라 일컫는 것들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루소는 1766년부터 쓰기 시작한『고백록』을 1770년에 탈고하였다. 그의 사후에 출간된 『고백록』은 인간이 스스로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 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척도로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자 문학성도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자서전이라는 장르의 문학적 전범이 된 것이다. 오늘날 ‘자서전’이나 ‘회고록’이라는 이름과 형식을 빌린 글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대체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목격한 것들을 증언하는 것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면서 ‘폭로’나 ‘고발’의 성격을 주로 띠지만 아우구스티누스나 루소의 글처럼 자신의 내면을 성실히 고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고백록’이나 ‘참회록’이라 부를 자격이 있어 보인다. 특히, 루소의 글은 그렇게 부르기에 더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인류사에서 그의 고백에 버금가는 작품이 더 나오기도 쉽지 않지만 그를 능가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런 진정성에서나 문학성에서나 루소의『고백록』은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사실 루소의 삶을 들여다보면 인간적 성격의 흠도 많고 인간관계에서 실수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신뢰하고 애호하는 것은 그런 약점들까지 숨기지 않고 스스로 밝히는 용기와 진솔함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약점을 지니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은폐하거나 위장하는 위선을 범한다. 그래서 세상에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실제의 인간됨이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루소에게도 그런 면이 일정하게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의 진솔함이 남달리 뛰어나서 그의 삶과 사상에서 사람들은 투명성을 느끼는 것이다. 당대의 지성인들이 구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였고, 그러기 위해 민중을 계몽하며 새로운 동력을 얻고자 하였으나 자기 삶 전체를 내놓고 발언하거나 스스로 민중의 입장에 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루소도 삶에서 스스로 비판하는 제도 속의 귀족이나 부르주아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 가운데 하나라는 ‘아이러니’를 보였지만 그것이 때로는 오히려 사람과 제도를 구분하여 인정에 따르는 모습도 보임으로써 인간적인 면을 더 느끼게 하였고,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사상과 입장에서 타협 없이 소신 있게 자신의 길을 걸음으로써 의로운 모습을 돋보이게 하였다. 그의 사상과 발언과 고백은 서로 일치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지향과 일상에서 매우 실천적이었다. 사회의 불평들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되었고, 자연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자연을 찾아 자연의 입장이 되었으며,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추구하는 것을 실천하려 애썼다. 그의 고백만큼이나 그의 사상과 삶은 솔직하고 투명하며 용기 있었던 것이다.





덧글

  • 각자저자 2010/02/09 17:28 # 답글

    글이 함축적이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저도 고백록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만, 이렇게 잘 우려내지는 못할 것 같군요. 이 책을 읽고 울림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글을 쓰라는 외침에는 어떤 전율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저도 그의 뒤를 따르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었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_^
  • 파란돌 2010/02/11 20:10 #

    예, 글을 잘 읽으셨다니 반갑군요 ^^ 이미 고백록을 읽으셨다니 독서의 경지가 범상치 않은 것 같네요. 아름다운 지성의 결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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