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순간들 문화 이야기



위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회자되어 온 것 중에 하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이라는 프랑스 사진작가의 1938년 작품이다. '생 라자르 역 뒤에서'라는 제목을 갖는다. 브레송이 개척한 주제 개념인 '결정적 순간'을 대표하는 사진들 가운데 하나다. 브레송은 '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스냅 사진'의 미학을 의미 있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위의 사진은 비가 온 뒤에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막 뛰어넘으려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것이다. 물에 빠지기 직전 공중에 떠 있는 사람과 그의 그림자가 물에 비친 모습을 절묘하게 담고 있다. 배경으로 찍힌 생 라자르 역 담벼락에는 서커스단 포스터의 댄서가 앞에서 이야기한 사람의 모습과 흡사한 동작을 하면서 붙어 있어서 이 사진의 절묘함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시간은 공간과 함께 존재의 조건을 구성한다. ‘순간’은 공간에도 존재한다. 아래의 사진은 공간적 순간의 의미를 실감토록 하는 브레송의 1968년 작품이다. 제목은 사진 속 풍경이 존재하는 프랑스의 지역 명칭인 ‘브리(Brie)'로 붙여졌다. 같은 공간적 존재도 그것을 포착하는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그것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들이 있다. 위의 사진 ’생 라자르 역 뒤에서‘도 순간 포착의 공간적 각도가 절묘하게 의미를 배가시켰듯이 아래의 사진 ’브리‘에서 풍경의 절묘함을 포착하는 공간적 순간이 돋보인다.    

이런 사진들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어떤 순간이든 그것을 의미 있게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을 살아가는 주체가 의미 있는 현장에 실존하면서 그 순간의 조건을 의미 있게 구성하여 포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학의 관점에서 브레송의 사진들이 던지는 교훈은 다른 측면에서도 음미할 점이 많다. '순간'의 의미가 원래 심오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실재하지 않으면서도 개념적으로 중요하게 실존하는 ‘순간’은 우리의 삶에서 심리적으로 많은 의미를 지닌다.  

모든 시간은 포착하기에 따라 수많은 순간들로 이어진다. 그 많은 순간들이 모두 똑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은 다른 순간들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다. 그런데 그 어떤 순간이든 그것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 순간 자체에 있다기보다 그 순간을 구성하는 조건에 있다. 우리 삶의 순간들 가운데 어떤 순간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는 그 순간을 사는 우리 각자가 어떻게 그 조건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

누군가 물 고인 곳을 건너뛰거나 물에 빠지는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런 모든 경우를 다 의미 있게 느끼지는 않는다. 브레송이 '결정적' 순간에 그것을 절묘하게 포착함으로써 예술적 의미를 배가시켰듯이 같은 순간의 같은 일도 그 조건을 구성하기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부여된다. 보통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순간을 자기 나름 결정적 조건으로 구성하여 포착하는 사람은 그 순간의 주체가 되어 자기 충족적 의미를 향유할 수 있다. 어떤 순간 어디서 어떻게 어떤 의미를 구성해 내느냐에 따라 그 주체의 삶은 스스로 그만큼 의미를 더 지니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에게는 수많은 순간들이 흘러가고 또 다가온다. 그 때 그 순간 나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지금 이 순간은 ? 그리고 미래의 그 어떤 순간에는? 의미 있는 순간마다 의미 있는 현장에서 의미 있는 일의 주체가 되어 큰 의미를 구성하며 실존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인간의 몫이자 과제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의미 있게 결정적인 순간들을 많이 간직하고, 다가오는 시간에는 더 각성된 의식으로 더 많은 역사적 순간에 더 의미 있게 실존하여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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