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사태, 신속한 결자해지가 최선이다 ! 입장/논평/칼럼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여 부의장 사회로 표결된 ‘미디어법안’은 정상적으로 발효할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으며 현실적 여건도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분의 측면에서 법률적으로 합법성을 잃었고, 정치적으로 민주성을 결여하였으며, 사회․문화적으로 공감대를 상실하였다. 실리의 측면에서 문제의 사태는 국가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고, 정권을 포함한 사회 제 세력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민화합만 크게 해친다. 현실적으로도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다수 대중이 강행에 반대하며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호도한다면 그런 세력이나 인사들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국회의장단은 신속히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원점으로 돌아감으로써 결자해지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여당과 정부는 사회적 지도력에 손실을 입고 국가의 안위에도 악영향을 미쳐서 그만큼 후유증과 역사적 책임을 키우게 된다.  
      
   법치의 출발점에 있는 입법기관으로서 국회가 자체의 규정인 국회법을 무시하고 대리투표와 재투표를 행하여 의사진행의 기초 원칙을 어긴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법리적으로 헌법이 규정하는 절차를 위반하였다. 같은 회기에 같은 의안에 대해 두 번 투표함으로써 ‘일사부재의’ 원칙과 실정법상의 절차를 어겼고, 대리 투표라는 탈법적 행위를 저지름으로써 투표 행위의 효력을 상실하였다. 여당의 실수가 크든 야당의 실수가 크든 어떤 이유 어떤 사정이 있었든 이런 일들을 범한 의사진행은 합법화될 수 없다. 실정법상으로 위법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본 상식으로 통하며 철칙처럼 지켜지는 헌법적 관습을 어겼다. 일상의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도 국민들이 존중하며 지키려고 애쓰는 민주주의 원칙들을 국회가 어기고도 정당화하려 한다면 그것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토대를 뒤흔드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가 제 기능을 한다면 당연히 위헌 판결을 내려 바로잡겠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국회가 스스로 법안 통과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국회의 권위 추락을 최소화하고 민심을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는 길이다. 만일 ‘법치’를 강조해 온 여당과 정부에서 이를 회피하거나 지연시킨다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어떤 탈법과 불법에 대하여도 정죄하거나 대처할 명분이 없어진다. 그것은 국민의 법 감정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큰 비극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정권에게도 국가에게도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된다.  

   한나라당과 국회의장단은 이번 불상사에 대하여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원점에서 다시 차분히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처음부터 너무 서둘지 말았어야 할 사안이다. 몇 달 빠르거나 늦는다고 국민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국익에 큰 손실이 오는 사안도 아니다. 국회에서는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민생’ 법안들부터 처리하면서 대중매체관련 법률들과 같이 긴 호흡이 필요한 사안들은 종합적 의안 일정을 마련하여 제 정당과 국민이 예측 가능하고 충분히 의견 개진 가능한 시간 배열 속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이른바 ‘미디어법안’에는 사회소통 체계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내용이 들어 있어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와 토론 그리고 검증이 필요하다. 대중매체의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산업적 문제만도 아니고 일부 논객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언론의 공익성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함께 결부된다. 그래서 문제가 그 만큼 더 복잡하고 커진다. 그런 문제일수록 본질을 인식하는 관점도 복잡하게 엇갈리고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도 다양하게 분화되어 쟁점이 중층적으로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안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심층적 연구, 토론, 검증을 거친 뒤에 여론을 수렴하고 홍보하여 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빈틈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순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도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것은 만인이 알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 미디어법이든 비정규직법이든 모든 법의 제정과 집행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혹자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대리자로 뽑아주었으니 다수당 의원들이 행하는 모든 입법 행위는 국민의 뜻이라고 견강부회하는 독선을 범하기도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 토대를 왜곡하는 언동으로서 민주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 선거는 주권자로부터 ‘직임’을 부여받는 절차이지 권한 행사의 모든 내용까지 축조 위임 받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선거 때 미리 법안을 제출하여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며 그런 법안은 한 치의 변경이나 절충도 없이 원안대로 자동 입법되어야 할 것이다. 선출직의 모든 권한은 부단히 주권자의 뜻을 수렴하고 확인하는 가운데 대행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행사할 의무가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기 힘든 현실적 조건 때문에 차선책으로 원용하고 있는 것이지 최선의 당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주의를 보편적으로 채택하여 성숙시켜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굳이 루소의 ‘사회계약’ 정신 등 민주주의 토대가 되는 원리들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쟁점 법안들일수록 차근차근히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주권자의 ‘일반의지’가 최대한 담보되도록 숙고하고 점검하며 순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민주주의 원리를 존중하고 충실하면서 ‘미디어법’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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