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의 제 권력은 '성격 장애'에 걸린 것 같다. 치명적인 '싸이코패스(psychopath)'의 징후를 보인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도리를 상실한다. 국민으로서 각 개인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에 대하여 책임감이나 죄의식이 없는 것 같다.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탄압하고 통신비밀과 사생활을 보호하기는 커녕 침해하면서도 그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2008년 여름에 치른 서울시 교육감선거와 관련하여 본인 주경복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전자우편을 검찰이 무차별 압수수색하면서 통신비밀과 사생활을 침해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그에 관한 심문이 있었으나 관리 업체는 물론이고 검찰조차 스스로 범한 과오를 인정하며 사죄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업체의 인권 불감증도 심각했으나 영업을 고려하는 사기업의 공권력 눈치보기를 감안한다면 결국 공적인 책임의 최종 소재는 사법권력이 되는데 검찰의 수사관행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선거와 관련한 조사 자료가 필요하면 선거에 관련된 것만 수집해도 될 텐데 내용이나 시기상으로 선거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까지 송두리째 압수하여 사생활을 심대하게 침해하고도 아무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마치 정당한 것처럼 주장하였다. 압수할 자료에 관하여 시기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집행해야 할 성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압수대상의 성격상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사생활을 침해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이런 반사회적 성격장애 현상이 한국의 제 권력에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통치권력에서부터 관료행정권력을 비롯하여 언론권력 등 일반사회권력까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도 그것이 무슨 심각성이 있는 지 자체를 의식하지 못한다. 과거 일제식민지 시대에서 시작하여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자리잡은 반인권적-비민주적 권력행사의 관행이 뿌리 깊게 잠복하고 있다가 최근의 균열되는 민주주의 빈틈을 비집고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이는 매우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기본권의 위기이며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사회적 존립의 위기이다.
보통교육을 받고 자연적 직관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는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어서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는 말이지만 장애의 현실에서 느끼는 위기의식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환기하자면 기본권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부여받는 것이다. 이는 법률이나 현실의 어떤 조건 또는 이유보다 앞서는 보편적 권리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며 최소한의 권리에 해당하는 것들은 어떤 권력 행사의 편의에 의해서도 제약될 수 없는 '성역'이나 다름없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사회에서 권력의 병리 현상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남자와 여자 또는 어떤 사회적 구분을 뛰어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권리의 문제다. 자신의 권리를 짓밟혀 보고 사생활을 침해당해 본 사람은 누구나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전부가 그 고통을 다 겪어 보고 나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미리 서둘러 고치는 일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온 국민이 기본권의 위기를 함께 바로 인식하며 민주적으로 해결하여 극복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서 우선 필요한 것 하나가 바로 '문제 많은' 검찰의 개혁인 것 같다. 용산 참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경찰과 검찰 권력을 비롯하여 언론권력과 통치권력 등의 '성격 장애'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기본권 위기가 빚은 참사의 대표적 사례들 중에 일부일 뿐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많은 유명 또는 무명의 참사가 발생할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비극을 낳기 전에, 반사회적으로 병든 권력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 검찰 개혁에 관한 글 참조 :
http://joupia.net/bbs/zboard.php?id=space_ju&page=1&page_num=20&select_arrange=headnum&desc=&sn=off&ss=on&sc=on&keyword=&no=323&categor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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